“고유한 나들이 모여 책을 읽고 삶을 나눕니다” 원주 ‘나들독서교실’ 권현지 원장

아이들의 고유함을 존중하는 진짜 독서 교육 이야기

▲ 원주 '나들독서교실' 권현지 원장 수업 모습  © 나들독서교실

 

“독서는 단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삶을 읽는 법을 배우는 일이죠.”

원주에 위치한 ‘나들독서교실 독서토론논술교습소’는 단순한 독서 훈련이 아닌, 아이들이 자신만의 감정과 기억을 마주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내는 ‘본질적 대화의 교실’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권현지 원장은 책을 매개로 아이들의 내면을 ‘살리는’ 교육을 실천하며, 모든 아이가 고유한 독자임을 존중하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 사진 = 나들독서교실 전경

 

‘나’들이, 고유한 존재들의 모임입니다

‘나들독서교실’이라는 이름은 시인 김선우의 표현에서 따온 말로, 고유한 ‘나’들이 모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은 정해진 커리큘럼이나 규율 속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는 일반적인 독서 수업과는 다르다. 시 한 구절만을 다룰 때도 있고, <마당을 나온 암탉>같은 동화를 두 달 내내 다루기도 한다. 젤라또의 역사를 읽고 직접 만들어 먹거나, 달걀이 소금물에 뜨는지에 대한 과학 원리 기사를 읽고 직접 실험하기도 한다. 그 후 모든 활동은 글쓰기로 마무리한다.

 

▲ 사진 = 나들독서교실

 

‘읽고 쓰고 대화하는’ 이곳에서는 각자의 리듬으로 책을 읽고, 고유한 목소리로 글을 쓴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기에 같은 책을 읽어도 감정선이 다르고, 표현 방식도 다르죠. 나들은 그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공간이에요.”

 

▲ 사진 = 나들독서교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일반 직장에 다니며 평범하게 살던 권 원장은 문득 ‘이 삶이 진짜 내가 원하는 걸까’라는 고민에 부딪혔다.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본 끝에 어린 시절 좋아했던 책, 그리고 학창 시절 기억에 남은 독서 선생님을 떠올렸고, 그 길을 따라 부산 동아대학교 교육대학원의 독서교육전공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원주에서 부산까지의 통학이 시작됐다. “시외버스를 타거나, 서울을 거쳐 KTX를 타고 부산까지 내려갔어요. 스스로도 미친 짓이라 생각했지만, 그만큼 간절했어요.”

 

▲ 사진 = 나들독서교실

 

그렇게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과정 수료 이후 현재는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진심에서 시작된 여정은 단지 자격이나 학위를 위한 것이 아닌, 삶을 바꾸는 공부였다. 권 원장은 자신의 업을 ‘살리는 일’이라 정의한다. “아이들도 살리고, 텍스트도 살리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살려내는 직업이죠.”

 

▲ 사진 = 나들독서교실

 

그 철학 아래 나들독서교실에는 정형화된 프로그램이 없다. 아이의 성향, 감정선, 관심사에 따라 추천 도서도, 글쓰기 방식도 다르다. “교실을 들어오면 앉아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창가에 기대 책을 읽고, 주방 밑에 숨어서 글을 쓰기도 하죠.” 아이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공간 구성부터 자유롭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이곳을 ‘쉼터’로 표현하기도 한다.

 

▲ 사진 = 나들독서교실

 

학습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권 원장의 철학은 공간 운영에서도 드러난다. 창밖이 보이는 넓은 창가 자리, 푹신한 소파,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구석진 공간까지… 모두 아이들의 감정 흐름에 맞춰 배치됐다. “아이들이 글을 잘 쓰게 하려면 먼저 마음이 열려야 해요. 그러려면 마음부터 편해야 하죠.”

그녀는 매 수업이 끝난 후 수업 후기를 학부모에게 전달하고, 아이들의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도 함께 공유한다.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학원에서 뭘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투명하게 보여드리려고 해요.”

 

▲ 사진 = 나들독서교실

 

“기억에 남는 아이, 그리고 한 그릇의 홍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묻자, 권 원장은 성인 독서 모임에서 인연을 맺은 한 지인의 딸 이야기를 꺼냈다. 7년간 함께 책을 읽어온 독서 친구의 딸이 교실에 오게 된 것이다. 가을, 감나무에서 직접 딴 감을 아이들과 나눠 먹던 어느 날, 그 아이는 갑자기 돌아가신 친척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할아버지는 매년 첫눈이 오면 홍시를 가져다주던 사람이었고, 그 기억이 홍시의 맛과 함께 되살아났던 것이다.

 

▲ 사진 = 나들독서교실

 

“그 아이는 홍시를 먹으며 자신도 몰랐던 감정을 되짚어냈고, 그 감정을 글로 풀어내며 애도의 시간을 가졌어요. 저는 그런 순간들이 진짜 독서라고 생각해요. 고유한 삶의 맥락을 복원하는 읽기와 쓰기, 스스로를 이해하는 시간 말이에요.”

 

▲ 사진 = 나들독서교실

 

“아이들은 모두 독립된 독자입니다”

권현지 원장은 아이들을 동등한 독자로 바라본다. “나는 어른이고 너희는 배워야 할 대상이라는 이분법은 저와 맞지 않아요. 아이들 각자가 이미 고유한 감정과 시선을 갖고 있으니까요.”

 

▲ 사진 = 나들독서교실

 

그녀는 아이에게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내면에서 자발적으로 무언가가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집중한다. 오히려 그럴 때 더 좋은 글이 나오고, 대회에서도 성과를 거두는 경우도 많다.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아이들이 상도 받아오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고맙고 뭉클하죠.”

 

▲ 사진 = 나들독서교실

 

그녀는 ‘독서’를 도구화하거나 양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 우려를 표한다. “100권 읽으면 상을 주겠다든지, 도서 인증을 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키울 수도 있어요. 독서는 즐거운 경험이어야 하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내적 동기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말하는 이상적인 독서 교육은 ‘평생 독자’를 만드는 것이다. 단기적인 목표가 아닌, 삶의 습관이 되도록 독서와 글쓰기를 일상화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는 신념이다.

 

▲ 사진 = 나들독서교실

 

마지막으로, 권 원장은 부모들에게도 조심스레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책 읽기가 즐겁다는 걸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교육이에요.”

 

▲ 사진 = 나들독서교실 권현지 원장 강연 모습

 

“저는 지금처럼 제 방식으로 천천히 오래 하고 싶어요. 오늘 하루를 내일 다시 살아도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 그게 제 인생의 최종 목표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그녀는, 나들이 모여 앉은 그 따뜻한 교실에서 아이들과 삶을 읽고, 나누고 있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nadeul_bookclass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nadeul_bookclass 

작성 2025.07.23 21:50 수정 2025.07.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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